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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푸른 바다입니다. 오늘은 바둑이야기 중에서 바둑 올림픽이라 불리는 응씨배 제1회 결승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 응씨배
'응씨배 세계 바둑 선수권 대회' 또는 '잉창치배' 라고도 하는 세계적인 바둑 기전입니다.
이는 4년 마다 개회하여 바둑 올림픽 이라고도 불리기도 하는데,.
대만 출신으로 중국의 바둑 애호가인 잉창치가 1988년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창설하였습니다.
대국 규칙은 일반적인 룰과 달리 잉씨 룰로 진행되는데, 계가 방식이 집이 아닌 점으로 표현하고 흑은 6집 반 대신 7집 반인 8점을 공제합니다.
대국 규정은 제한시간이 각자 3시간, 시간 초과 시 벌점으로 2점 공제 후 20분을 추가하고 두 번째까지 시간 추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시간 초과하면 시간패가 됩니다.
한국 선수로는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최철한, 신진서 등이 우승한 전적이 있었습니다.
2. 중국에서 열린 제 1 회 결승전
1989년 당시의 중국은 막 시장경제를 시험하기 시작한 때입니다.
그러기에 이념이냐 돈이냐를 따져가며 사람들은 막 흥분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프로라는 단어가 낮설기도 하거니와 당시의 상금으로 4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린 시합은 축구 등등 모든 스포츠의 전반에 걸쳐 처음이었답니다.
마치 용광로의 뜨거운 불처럼 타오르는 사회 속에서 한판의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3. 서호의 풍경속에 펼쳐진 바둑판과 시합,
많은 사람들의 열망속에서 응씨배 결승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중국 내 TV가 계속해서 두 사람의 승부를 광고해 온 때문에 정원이 700명인 해설장의 공간은 꽉 차버렸습니다.
이때가 1989년 4월 25일, 샹그릴라 호텔에서 시작된 결승 5번기의 1국이 막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날렵한 체구의 조훈현 9단, 거기에 비해 두툼한 몸짓을 자랑하는 녜웨이핑 9단 사이에 바둑판 하나가 놓였고, 돌을 잡은 조훈현의 손이 날렵하게 움직이면서 마치 빠른 창처럼 화려하게 수놓기 시작하였습니다.
철의 수문장으로 불리우던 녜웨이핑은 참고 참으며 기회를 노렸으나 7시간에 걸친 혈전은 마침내 조훈현 9단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4. 백 3집 승!!!
중국은 예상외의 완패에 입을 다물었습니다.
60여 명이 넘는 기자들도, 호텔 해설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중국의 바둑 관계자들도 입을 꾹 닫고는 말이 없었습니다.
다음날 중국 신문 1면을 차지한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녜웨이핑 단 한수의 불찰로 뼈아픈 1패를 당했다'였습니다.
'창은 날카롭고 견고하니 승부는 하늘에 있다'라는 해설기사였습니다.
마치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일어난 것이라는 것입니다.
기자는 조훈현의 바둑을 '부드러운 바람과 빠른 창'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녜웨이핑의 바둑은 마치 만리장성처럼 높고 견고합니다.
이는 결코 뚫리지 않는 방패입니다.
대국이 끝나고 녜웨이핑은 두문불출합니다.
식사시간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방에서 카드게임으로 머리를 식히고 있다는 소문만 들려왔습니다.
조훈현은 항저우 인근을 관광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드디어 4월 28일 샹그릴라 호텔에서 제2국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조훈현은 초반부터 난조를 보이면서 승부가 빨리 결정되어 버렸습니다.
조훈현 흑 9집 패!
녜웨이핑의 승리가 전해지며 대국장 주변은 열광의 환호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1국과 2국의 흐름을 보면 이미 승부가 기량과 무관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느끼게 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승부를 만들어 낼까?
대국을 하는 두 기사의 얼굴은 무심하니 변화가 없었지만 그 무표정한 얼굴 속에 얼마나 많은 표정들이 요동칠지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도 쉴 새 없이 출렁거리기도 하고 몇 번씩 뜨거웠다 차가웠다를 반복할 것입니다.
다만 누가 더 빨리 냉정을 찾느냐 와 누구의 기세가 더 강하고 누가 더 집중력을 보이느냐로 승부가 결정 날 것입니다.
1국이 중국의 패배로 끝나는 순간 TV의 중계는 슬그머니 중단되어 버렸지만, 2국이 승리하는 순간 밤늦게 까지 신나는 해설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조훈현 일행은 그날 저 녁 항저우를 떠나 3국의 개회장소인 닝보를 향해 떠납니다.
샹그릴라 호텔에서는 일행이 저녁식사를 하러 넓은 홀에 들어서면 악사들이 '아리랑'을 연주해 주었습니다.
참으로 극진한 배려입니다.
닝버는 기차를 타고 4시간을 넘게 가야 하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전용칸에 앉아 있는 조훈현 9단은 무심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물소에 쟁기를 매어 넓은 논 사이사이로 끌고 다니고 있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드디어 닝버에 도착한 일행은 들려오는 함성에 깜짝 놀랍니다.
플랫폼에 사람들이 발을 디딜 장소가 없을 정도로 가득 몰려와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당시 재벌이 된 잉창지가 개방 바람을 타고 고향 닝버에 돌아온 사건과 맞물려 응씨배에 대한 관심이 고조에 이르렀으리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회가 1대 1로 팽팽하게 치달은 것도 한몫을 한 것 같았습니다.
호텔까지 수많은 인파가 따라왔습니다.
한껏 고무된 마음 한구석에 불안이 생겼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차분한 대국을 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항저우에서는 바둑 두 국을 두는데 6박 7일이 걸렸습니다.
이곳에서는 3박 4일이 걸릴 것입니다.
낯설고 물선 이곳에서 조 9단은 지쳐가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힘을 내어 주최 측의 배려로 마련해 준 관광에 나섭니다.
5월 2일, 제3국이 시작되었습니다.
백을 쥔 조 9단이 바둑이 진행되면서 많이 우세해져 갔습니다.
이렇게만 나가면 완승까지 나가리라 낙관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돌연 패착이 생겼고 바둑은 허무하게 역전당하고 말았습니다.
호텔 주변 곳곳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함성이 잇따랐습니다.
조 9단 일행은 5월 3일 닝버를 떠납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결승 4국은 9월 5일 열리게 됩니다.
..
제1회 응씨배 바둑 대회에서는 결국 조훈현 9단이 세계를 제패합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바둑은 급성장을 불러오게 되었습니다.
~푸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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